
2009년 개봉한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미술품 복원이라는 생소한 소재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고미술품 거래의 이면과 위작을 둘러싼 치밀한 심리전, 그리고 복수를 향한 한 남자의 집요한 계획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적은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참신한 범죄극의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입니다.
배접 트릭: 동양화 복제의 최고 경지
영화의 핵심 소재인 '배접'은 동양화 복원 기술 중 가장 고난도 기법으로 제시됩니다. 주인공 강준은 "이게 원섭과 배접 붙어서 한 장이거든, 세월이 흐르면 물감이 스멀스멀 스며들지"라며 배접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원섭은 원본 그림이 그려진 종이층이고, 배접은 그 뒷면에 붙여진 보강용 종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감 성분이 배접까지 스며들게 되는데, 강준은 이 원리를 역이용하여 진짜 원섭은 따로 보관하고 가짜 복사본 대접에 배접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상박'이라 불리는 기법은 "김홍도가 살아와도 진짜인지 구별 못해"라는 대사처럼 완벽한 위작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영화는 이 배접 트릭을 통해 미술품 감정의 허를 찌르는 장면을 연출하며, 관객들에게 미술계의 은밀한 세계를 엿보게 합니다. 실제로 강준이 복원한 벽안도는 일본 블랙마켓의 큰손 고로다조차 속일 정도로 정교합니다.
사용자 비평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배접을 이용한 위작 트릭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단순히 그림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까지 재현하는 고도의 기술은 미술품 복원이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부각시킵니다. "종이를 보지 말고 꽃을 봐, 꽃이 피면 그림도 핀다"는 대사는 복원가의 철학을 담아내며, 기술을 넘어선 예술적 경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일반적인 도둑이나 감정사가 주인공인 범죄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미술품 복원: 보건가 강준의 이중적 정체성
강준은 "파리대학 최초의 동양인 보건가이자 국내 최고의 보건가"였지만, 미술품 밀수출에 대한 누명을 쓴 후 도박에 빠져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 경매장 장면에서 그는 김재천 화백의 작품을 보며 "한 가지 분만으로 작업을 하는데 얇은 붓을 너저분하게 너무 많이 냈어"라고 단번에 위작임을 간파합니다. 수십 년 경력 감정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이 장면은 그의 전문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강준의 복원 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삶의 방식입니다. 고아였던 유년시절 스님들의 손에 키워진 그는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그림 그리는 것밖에 없었다"며 절에 보관된 강화명품 복원에 나섰습니다. "이 강화 병풍이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보은의 첫 작품"이었다는 고백은 그에게 복원이란 기술 이상의 의미를 지님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 강화병풍을 빼돌린 배 회장의 음모로 그는 인사동 바닥에서 천하의 개쓰레기가 되었고, 이것이 복수의 시발점이 됩니다.
배 회장이 제시한 10억과 1년의 시간이라는 조건으로 벽안도 복원을 시작한 강준은, 실은 복수를 위한 치밀한 계획을 준비합니다. 그는 고아원 동생들과 함께 배 회장의 밀수 거래를 방해하고, 전시 작품을 훔치며, 결국 배접 기술로 벽안도를 빼돌립니다. 사용자 비평이 지적한 대로, 영화는 보건사라는 독특한 직업군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기존 범죄 영화와 차별화된 매력을 확보합니다. 복원 전문가가 자신의 기술을 복수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복수 서사: 통쾌함과 아쉬움 사이
〈인사동 스캔들〉의 복수 서사는 강준과 배회장의 치밀한 두뇌 싸움으로 전개됩니다. 배 회장은 "겉으로는 미술계의 거물이자 비문에는 큰 갤러리 운영 중"이지만, 뒤에서는 그림을 복제한 원본을 팔아치우며 큰돈을 벌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강준을 이용해 일본에서 안겨낸 벽안도를 복원하고 국가에 기증할 계획이라 말하지만, 실은 밀수를 통해 이익을 챙길 속셈입니다.
강준은 배회장의 신목인 장실장을 습격하고, 갤러리 전시 작품을 훔치며, 배 회장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힙니다. "엘리베이터는 여기 중앙에 하나, 보통 때보다 관람객이 몇 배는 많을 거야"라며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됩니다. 비상벨을 울리고 전기를 차단하는 타이밍,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그냥 들고 나오면 되는 거야"라는 대담함은 범죄 영화의 쾌감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사용자 비평이 지적한 것처럼, 복수극의 통쾌함은 다소 부족합니다. 강준은 배 회장에게 "송화백 작품은 여백이 많아서 생각할 게 많죠, 나라면 좀 다른 색을 써 봤을 텐데"라며 자신의 정체를 은근히 드러내고, 결국 "강화병품 덕분에 난 인사동 바닥에서 천하의 개쓰레기 되고"라며 복수의 이유를 밝힙니다. 배 회장을 감옥에 가두고 그녀의 불법 밀수 증거를 경찰에 넘기는 결말은 논리적이지만, 범죄의 재구성과 같은 작품에 비해 카타르시스가 약합니다.
또한 "너무 많은 이들의 많은 사연을 담고자 하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박가, 호진사 사장, 검마담 등 배회장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각자의 서사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습니다. 홍수현의 연기력 부족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과 범죄를 접목한 참신한 시도, 백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성과, 그리고 개성 강한 조연들의 활약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인사동 스캔들〉은 미술품 복원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배접 트릭을 통해 차별화된 범죄극을 완성했습니다. 복수 서사의 통쾌함은 다소 아쉽지만, 미술계의 은밀한 거래와 위작을 둘러싼 심리전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범죄극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수작으로 추천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CFAjk4xKm7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