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개봉한 영화 〈소원〉은 2008년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이준익 감독은 평양성의 실패 이후 복귀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으며, 성범죄를 다룬 기존 영화들과 달리 복수가 아닌 피해자와 가족의 회복 과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억지 신파 없이 담담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피해자 회복: 소원이와 가족의 고통스러운 여정
경상남도 창원의 한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8살 소원이는 코코몽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공장을 다니는 아빠 동훈과 둘째를 임신한 엄마 미리와 함께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등굣길에 갑자기 내린 소나기처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상처투성이가 된 소원이를 본 부모는 충격에 빠지고, 의사는 대장과 소장의 일부를 절제해야 할 수도 있으며 평생 인공항문을 써야 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내립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평생 장애를 안게 된 딸의 모습을 마주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소원이가 아빠의 손길을 거부하며 두려움을 보이는 장면은 가족 전체의 트라우마를 보여줍니다. 동훈은 소원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코코몽 탈을 쓰고 딸과 소통하려 노력하며, 주변 사람들도 소원이 가족을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아동심리상담사와의 치료, 해바라기센터의 지원, 친구들의 응원 속에서 소원이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배변주머니 소리를 걱정하는 딸을 위해 동훈이 가방에 사탕을 넣어주고, 점심도 거른 채 학교로 달려가 딸을 지키는 모습은 부모의 절실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처럼 피해자의 회복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며, 분노보다 치유가 우선임을 강조합니다.
법정 분노: 심신미약과 무너진 정의
경찰은 빠르게 범인을 특정하고 체포에 성공합니다. 소원이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범인을 지목했고, 법정에서도 정확히 증언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공판에서 범인은 "소주 3병 정도 마시고 잤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술에 취해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합니다. 체포 당시 수건과 옷가지에서 피가 묻어 있었음에도, 범인 최우진은 뻔뻔하게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법원이 증거 영상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원이를 다시 법정에 세운다는 점입니다. 수술 직후 힘겹게 녹화한 진술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린 소원이는 범인과 같은 공간에서 다시 한번 그날의 공포를 떠올려야 했습니다. 범인의 변호인은 알코올 중독 증세를 인정하는 정신감정 증명서를 제출하며 감형을 노렸고, 최종 판결에서 법원은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피해자의 대상 신청을 기각합니다. 9살 어린이를 목 졸라 실신시켜 강간하고 평생토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범죄임에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형량이 감경된 것입니다. 정작 속죄의 눈물을 흘려야 할 인간 대신 피해자의 눈물이 법정을 적시는 장면은, 무너진 법체계에 대한 깊은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사회적 연대: 진정한 회복을 위한 따뜻한 시선
영화 〈소원〉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사회적 연대의 힘입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기자들이 소원이 가족을 쫓아다니는 등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지만, 진정으로 소원이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도 함께 펼쳐집니다. 친구들은 소원이가 등교할 때 든든한 다섯 친구가 되어 함께 걸어주고, 선생님은 배변주머니가 빠지거나 새는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며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해바라기센터에서는 287만 원의 지원금을 전달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코코몽 공연을 통해 소원이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이준익 감독은 복수나 분노의 카타르시스 대신, 피해자를 보듬는 일상의 연대에 집중합니다. 억지 감정 유도나 인위적인 감동 없이 담담히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진한 울림을 받게 됩니다. 범인에 대한 분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실질적으로 돕는 일이라는 메시지는, 성범죄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영화는 밝아진 얼굴로 일상에 돌아온 소원이의 모습을 비추며 따뜻하게 막을 내립니다. 완전한 회복은 아닐지라도, 주변의 사랑과 지지 속에서 소원이가 다시 웃을 수 있게 된 것, 그것이 진정한 희망임을 보여줍니다.
영화 〈소원〉은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이지만 꼭 한 번은 봐야 할 수작입니다. 무력한 법체계에 대한 분노를 넘어, 피해자를 위한 사회적 연대와 따뜻한 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2013년 개봉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실제 법 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친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xCCu470yh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