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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브리저튼 시즌4 리뷰] 하예린이 깨뜨린 유리천장과 내가 느낀 로맨스의 문법

by 드추남 2026. 3. 21.

 

넷플릭스의 간판 시리즈, <브리저튼(Bridgerton)> 시즌4를 정주행 하고 나니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이번엔 확실히 신선하다'는 충격과 '역시 브리저튼답다'는 안도감이었습니다. 특히 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여주인공 '소피' 역을 맡아 유럽 귀족 시대극의 정중앙에 섰다는 사실은, 단순한 캐스팅 소식을 넘어 저에게는 일종의 문화적 사건처럼 다가왔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 캐스팅 기사를 접했을 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과연 서구권의 전유물 같았던 리젠시 시대극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이었죠. 하지만 전 회차를 시청한 지금, 그 우려는 기우였음을 고백합니다. 오늘은 하예린이 증명한 가능성과 드라마 속 의학적/역사적 장치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아쉬움을 담아 리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신분 차이를 넘는 사랑: 리젠시 시대의 엄격함과 판타지 사이

시즌4는 차남 베네딕트와 사생아 출신 하녀 소피의 사랑을 다룹니다. 이전 시즌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신분 격차가 극명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배경은 바로 리젠시 시대(Regency Era)입니다.

  • 역사적 배경: 1811년부터 1820년까지, 조지 3세의 통치 불능으로 왕세자가 섭정을 했던 시기입니다.
  • 사회적 특징: 귀족 사회의 계급 질서가 극에 달했던 시기로, 신분을 넘나드는 결혼은 가문의 파멸을 의미했습니다.

저는 베네딕트가 소피에게 끌리는 과정을 보며 '계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했습니다. 장남 앤소니가 두 사람을 강하게 반대할 때, 저는 시청자로서 분노하기보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랑 하나 때문에 브리저튼이라는 거대 가문의 명예를 도박판에 올리는 것은 당시 기준으로 '미친 짓'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드라마는 이 무거운 갈등을 '브리저튼식 판타지'로 풀어냅니다. 현실은 가혹하지만, 화면 속 무도회는 찬란하기에 우리는 이 비현실적인 사랑을 응원하게 됩니다.


프란체스카의 비극과 의학적 고찰: 뇌동맥류의 잔인함

이번 시즌에서 저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장면은 베네딕트의 로맨스가 아닌, 삼녀 프란체스카의 서사였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의 남편이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죠.

의학적 분석: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입니다. 파열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터지는 순간 치명적인 뇌출혈을 일으키기에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립니다. 드라마에서 "두통이 좀 있다"던 남편의 대사는 전형적인 전조 증상이었던 셈입니다.

저는 이 전개를 보며 제작진의 영리한 장기 설계를 읽었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블로그에서도 언급되었듯, 브리저튼은 팔남매 각각의 이야기를 위해 총 8 시즌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프란체스카의 사별은 그녀가 훗날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될 '서사적 공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마블(MCU)이 캐릭터의 죽음을 통해 다음 페이즈를 준비하는 것과 흡사한 고도의 전략입니다.


하예린, 할리우드의 '로맨스 문법'을 다시 쓰다

배우 하예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연극계의 거목 손숙 배우의 외손녀라는 배경보다 제 눈길을 끈 건 그녀가 보여준 '단단한 감정선'이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는 오랫동안 특정 이미지에 갇혀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관찰: 제가 분석한 할리우드 로맨스물에서 아시아 여성은 늘 '신비롭고 수동적인 동양 미인'이거나, 혹은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하예린의 소피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베네딕트의 구애에 "이건 안 됩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이성적인 주체였습니다. 오히려 벽을 쌓는 쪽이 소피였기에, 그 벽이 무너지는 순간의 애정 신(Intimate Scene)은 훨씬 더 강력한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IMDB 평점을 확인해보면, 이번 시즌이 이전 시즌들보다 높거나 대등한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아시아계 여주인공의 로맨스를 이질감 없이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하예린의 연기에 깊이 매료되었음을 증명하는 지표입니다.

브리저튼 시즌4 소피 역 배우 하예린 로맨스 장면


팬데믹 시기의 기억과 페넬로페의 부재: 아쉬운 지점들

물론 완벽한 작품은 없었습니다. 저는 시즌3의 주인공이었던 페넬로페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점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레이디 휘슬다운(Lady Whistledown)이라는 익명 칼럼니스트로서 사교계를 쥐락펴락하던 그녀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소피와의 교류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과거 제가 경험했던 '조직 내 소외'의 감정을 떠올렸습니다. 누군가 새로운 멤버(소피)가 들어왔을 때, 기존의 중심인물(페넬로페)이 어떻게 그녀를 수용하는지에 대한 서사가 풍부했다면 극의 완성도는 훨씬 높았을 것입니다. 또한, 신분 차이라는 거대한 산을 왕비가 "재밌으니까 그냥 넘어가 주지"라는 식으로 해결한 결말은 개연성 면에서 '얼렁뚱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브리저튼은 원래 그런 드라마입니다. 고통스러운 현실보다는 '달콤한 도피'를 제공하는 것.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며 복잡한 세상사에서 잠시 벗어나 해피엔딩이 보장된 세계로 숨어드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하예린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저는 시즌1의 레게-장 페이지를 떠올렸습니다. 인종 차별적 시선에 부딪혀 시리즈를 떠나야 했던 그와 달리, 하예린은 넷플릭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후속 시즌에도 비중 있게 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할리우드 내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 그녀의 성공은 단순히 개인의 영광을 넘어 아시아계 배우들이 '일회성 소모품'이 아닌 '브랜드의 주역'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드라마는 8화로 끝이 났지만, 배우 하예린이 열어젖힌 새로운 로맨스의 문은 이제 막 활짝 열렸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시즌 하예린의 연기 중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신분을 초월한 그들의 사랑에 여러분은 기꺼이 동의하시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감상과 넷플릭스/IMDB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KCWyLNQW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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