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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 영화 리뷰 (공소시효, 복수의 윤리, 피해자의 고통)

by 영화리뷰보이 2026. 1. 31.

몽타주 영화 리뷰

영화 〈몽타주〉는 15년 전 딸을 잃은 엄마 하경과 범인을 놓친 형사 오청원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다시 마주하게 되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유사한 범죄가 재발하면서 잊혔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법의 허점과 복수의 윤리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한 추리물을 넘어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적 정의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공소시효라는 법적 한계와 피해자의 절망

영화는 공소시효라는 법적 제도가 피해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15년 전 딸 서진희를 잃은 하경은 아직도 그날에 머물러 있습니다. 형사 오청원이 찾아와 "서진희 사건에 공소시효가 다음 주에 만료 소멸됩니다"라고 말할 때, 하경의 절규는 단순한 슬픔이 아닌 법 앞에서 무력한 피해자의 분노입니다. "나한테 약속했잖아요. 반드시 잡아주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잖아요. 이렇게 끝나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는 대사는 법이 정한 시간의 경계가 피해자의 고통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공소시효 종료 직전, 범인은 다시 나타납니다. 15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꽃을 놓고 가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합니다. 이는 범인이 공소시효라는 법적 보호막 뒤에 숨어 완전범죄를 즐기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청호는 CCTV를 확인하고 범인의 동선을 추적하지만, 시간은 단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춘천시 카니발 450대를 추적하는 과정은 형사의 집념을 보여주지만, 결국 공소시효는 만료됩니다. 법이 정한 시간은 피해자의 아픔을 기다려주지 않았고, 범인은 법의 틈새로 빠져나갔습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공소시효라는 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법은 가해자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주지만, 피해자에게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만을 남깁니다. 하경이 혼자서 단서를 찾아다니는 모습은 법이 포기한 정의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피해자의 처절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공소시효 만료 후에도 범인을 추적하는 하경의 행동은 법적으로는 무의미할지 몰라도, 인간적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입니다. 영화는 법과 정의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관객에게 직시하게 만듭니다.

복수의 윤리와 또 다른 피해자의 탄생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반전은 복수의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납치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된 한철은 사실 하경이 만든 또 다른 피해자였습니다. 하경은 15년 전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 한철을 찾아냈지만, 그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기 위해 그의 손녀 보미를 납치하는 정교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용산역 12시 정각, 5번 플랫폼 4번 기둥, 군용 가방에 담긴 5천만 원까지 모든 것이 15년 전 사건의 재현이었습니다.
하경의 복수는 단순한 보복이 아닌 거울 같은 응징이었습니다. "그 인간이 웃고 있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저 사람들은 나한테 이렇게 고통을 주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뭔데요?"라는 대사는 피해자가 느끼는 분노의 정당성을 보여줍니다. 하경은 한철에게 자신이 겪은 15년간의 지옥을 그대로 경험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이를 씻기는 장면에서 하경은 마치 자신의 딸을 대하듯 보미를 돌봅니다. 이는 복수가 단순한 증오가 아닌 상실의 아픔에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복수의 정당성을 단순히 긍정하지 않습니다. 한철은 자신의 딸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를 납치했다가 사고로 죽게 만든 인물입니다. "나도 처음부터 그를 죽일 생각 없었어. 그 새끼 같은 개가 계속 도망가지만 않았어도 내 말만 만들어지게 살렸어"라는 한철의 변명은 가해자 역시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복수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그 피해자는 다시 자신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하경의 복수로 인해 보미의 가족은 하경이 겪었던 것과 같은 고통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는 복수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고리를 반복할 뿐임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적 책임

영화 〈몽타주〉가 진정으로 주목하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입니다. 하경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습니다. 딸의 방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하경의 삶은 멈춰 있습니다. 형사 청호 역시 범인을 눈앞에서 놓친 자책감으로 고통받습니다. "내가 분명히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라며 피해자를 의심하는 순간에도, "날 병신으로 하시네 이 아줌마가"라며 협박하는 범인의 목소리에도, 피해자는 끊임없이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갑니다.
영화는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보미의 엄마는 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호흡곤란을 일으킵니다. 경찰들은 "기본적인 거 미리미리 체크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라며 서로를 비난합니다. 시스템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절차를 우선시합니다. 하경이 은행원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우수 고객 리스트를 확보하는 장면은 개인이 법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진실을 찾아야 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원래 안 되는데"라는 은행원의 말은 피해자를 돕는 일조차 규정에 어긋난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냅니다.
청호가 사건 기록을 태우던 날 하경이 남긴 음성 메시지는 피해자와 수사관 사이의 연결고리를 상징합니다. 청호는 15년 동안 사건을 잊지 못하고 모든 기록을 보관했습니다. "15년 전 범인을 놓친 그날의 사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청호"의 모습은 죄책감이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줍니다. 테이프의 음성을 분석하며 "15년 전 범인의 목소리를 카피해서 녹음기에서 재생한 거라고" 밝혀내는 과정은 진실을 향한 집념의 결과입니다. 엄정화 배우가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이러한 피해자의 고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몽타주〉는 공소시효라는 법적 한계, 복수의 윤리적 딜레마, 그리고 피해자의 끝없는 고통을 촘촘한 구성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풀어냅니다. 법이 포기한 정의를 개인이 찾아야 하는 현실, 복수가 만드는 또 다른 피해자, 그리고 사회가 외면하는 고통의 무게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정의와 책임에 대해 묻는 작품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1CWSUKyN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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