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개봉한 영화 〈마지막 선물 귀휴>는 희귀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와 그를 살리기 위해 얽히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멜로드라마입니다. 형사 영우와 조직원 출신 태준이라는 대조적인 두 인물이 한 아이를 중심으로 펼치는 부성애와 희생의 서사는 익숙한 구조 속에서도 진한 감동을 전달합니다. 피보다 진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 이 작품은 설득력 있는 감정 전달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뒤늦게 깨닫는 부성애, 태준의 변화
영화는 사랑하는 딸 세희의 일곱 번째 생일날, 형사 영우의 앞에 아이가 피를 흘리며 나타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아내 혜영을 앗아간 병이 이번엔 세희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상황에서, 영우는 고등학교 친구이자 조직 생활을 하던 태준을 교도소에서 빼내옵니다. 태준은 세희에게 간 이식을 해주는 대신 가석방을 약속받으며 세상으로 나오지만, 처음부터 순순히 협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사돈의 팔촌까지 안 맞는데 어떻게 나오고냐"는 그의 냉소적인 반응은 이 남자가 단순히 착한 의도로 움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세희와의 첫 만남은 태준에게 예상치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안 먹어도 아저씨 잘 컸어"라며 거칠지만 솔직하게 대하는 태준의 모습에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사랑스러운 아이. 태준은 세희를 통해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혜영의 흔적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세희의 부탁으로 함께 간 납골당에서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합니다. 세희의 친엄마가 바로 자신이 사랑했던 혜영이었고, 자신이 세희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우리 엄마예요. 예쁘죠"라는 세희의 순수한 말 앞에서 태준은 자신이 놓쳐버린 가족의 의미를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이 작품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은 바로 태준의 변화가 단계적이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혜영의 일기장을 발견하며 "나 키워준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 할머니가 그러더라. 가족은 세 명 이상이어야 진짜 가족이래. 둘이면 난 가족이 아니라고. 근데 나 이제 진짜 가족을 가졌어. 고마워 영우야"라는 글을 읽는 장면에서 태준은 자신이 부재했던 시간 동안 혜영이 만들어준 가족의 따뜻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세희의 방을 찾아가 잘 자라준 아이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자신이 아버지로서 함께하지 못했다는 상실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이후 태준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수술 준비에 임하며, 비로소 진정한 아버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 아버지의 희생, 사랑의 다른 형태
영우와 태준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희를 사랑하고 희생합니다. 영우는 혜영이 죽으면서 남긴 "아프기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친딸이 아님에도 세희를 진심으로 자신의 아이로 키워왔습니다. "너 내가 도망가면 너 얘기 안 했어. 너 왜 얘기 안 했냐"며 분노하는 태준에게 영우는 부모의 자격을 묻습니다. "네가 이제 와서 새희한테 해줄 거 뭐 있냐"는 그의 질문은 단순히 혈연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과 사랑이 진정한 부모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반면 태준은 뒤늦게 깨달은 부성애로 인해 더욱 치열한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수술비가 부족해지자 태준은 과거 혜영을 위해 받기로 했던 거금을 떠올립니다. 조직의 보스는 "경쟁 조직의 간부를 제거하는 대신" 큰돈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태준은 그 일을 마치고 혜영에게 돈을 전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그 돈을 세희에게 남겨주기 위해 태준은 다시 한번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돈을 줄 테니 이곳을 떠나라"는 보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태준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일단 새희부터 살리자"며 아이를 우선시합니다.
두 아버지의 사랑은 세희와의 대화 장면에서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영우는 조용히 곁을 지키는 사랑을, 태준은 거칠지만 솔직한 감정 표현을 보여줍니다. "너 자꾸 이러면 수술받을 수 없어. 수술 못 받으면 너 어떻게 되는지 알지? 죽겠지. 죽을 거야"라며 세희를 다그치던 태준은 "너 살리려고 너네 아빠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데"라는 말로 영우의 희생까지 인정합니다. 이 장면은 두 남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한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결국 태준은 수술 전날 밤 세희의 손조차 잡지 못하고 후회로 가득한 눈물만을 떨구며 "나 이번에 들어가면 정말 열심히 살다 가석방도 받아. 밖으로 나와서 새희 크는 것도 보고 새희 시집가는 것도 보고"라는 다짐을 합니다.
가족의미를 되묻는 메시지, 진한 여운
〈마지막 선물 귀휴〉는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혜영이 남긴 일기의 "가족은 세 명 이상이어야 진짜 가족"이라는 문장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사랑과 책임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태준은 세희와의 마지막 여행에서 "내 이름은 세 번째 가족이란 뜻이래요"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혜영이 자신을 놓치지 않았음을, 그리고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나 아는데. 말 안 했어요"라며 모든 것을 알면서도 받아준 세희의 순수함 앞에서 태준은 비로소 진정한 아버지가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신파적 장면의 반복과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태준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 앞에서도 "나 죽어줄게. 안 돼"라며 손을 내릴 수 없는 장면은 감동적이지만, 지나치게 멜로드라마적 연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희귀병, 간 이식, 조직원의 가석방이라는 여러 소재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구성은 다소 무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감정선의 섬세한 묘사는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태준이 "이제 외롭지 않겠다. 다들 너무 잘 지내지 마. 질투 나"라는 말을 남기며 혜영 곁으로 가는 모습과, 두 아빠의 추억과 사랑 속에 건강히 웃음짓는 세희의 모습을 교차하며 아름답고도 슬프게 막을 내립니다. "한 여자를 사랑하고 한 아이를 지키고자 했던 두 남자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이 작품은 혈연을 넘어선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줍니다.
영화 〈마지막 선물 귀휴〉는 2008년 설 명절 개봉작으로 쟁쟁한 경쟁작 속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입체적인 인물 관계 연출과 설득력 있는 감정 전달로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피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시간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비록 전형적인 줄거리 속에서도 충분히 관객의 마음을 울립니다. 눈물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하면서도 아픈 휴먼 드라마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BGU3WzkI5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