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학창 시절 학생회 선거에 참여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부회장 후보로 나섰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선거판에 뛰어들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와 뒷거래,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편 가르기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습니다. 드라마 '러닝메이트'는 바로 그 시절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입시보다 치열한 고등학교 선거 전쟁을 통해 청춘들의 욕망과 성장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하이틴물의 풋풋함 뒤에 숨겨진 권모술수를 예리하게 파헤칩니다.

학생회 선거, 생각보다 훨씬 치열한 정치판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 노세훈은 평범한 학생입니다. 성적도 중위권, 특별히 눈에 띄는 것도 없는 그가 학생회 선거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선배들의 제안 때문이었죠. 처음에는 양원대 선배의 부회장 후보 제안을 받았지만, 나중에 자신이 열두 번째 순위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도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선거에 나갔을 때도 비슷했거든요. 어떤 선배가 저를 '적임자'라고 칭찬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후보들이 다 거절해서 어쩔 수 없이 저를 선택한 거였습니다.
세훈은 결국 곽상현이라는 '셀럽' 선배와 손을 잡습니다. 상현은 인맥도 탄탄하고 재력도 있는 인물이죠. 그는 세훈에게 고급 워치를 선물하고,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헬스장 골드 카드까지 쥐어줍니다.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우리 편'이라는 소속감을 심어주는 전략입니다. 저 역시 학생회 선거 당시 특정 선배 그룹에 속하게 되면서,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자원에 의존하게 됐던 기억이 납니다. 문제는 그 순간부터 내 의견보다는 '팀의 전략'이 우선시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드라마는 학생회 선거를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닌, 데이터 분석과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는 정치판으로 그립니다. 상현 팀은 각 반의 지지율을 조사하고, 지지자가 많은 반부터 공략하는 전략을 세웁니다. 반대편인 양원대 팀은 100개 학교의 공약을 분석해 트렌드를 파악하죠. 이런 모습들은 실제 정치권의 선거 전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이 정도까지 할까 싶지만, 제 경험상 실제로도 비슷했습니다. 당시 저희 팀도 각 반의 '키맨'을 파악해서 집중 공략했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캐내려고 애썼습니다.
정치 드라마 같은 전개, 순수함은 어디로 갔을까요
러닝메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위닝 멘탈리티'를 강조하는 냉정한 현실 묘사입니다. 상현은 세훈에게 "이긴 놈 표정을 지으라"고 말하며, "무관심보단 차라리 악플이 낫다"라고 가르칩니다. 실제로 세운의 과거 '발기남' 사건이 익명 계정을 통해 퍼지면서 네거티브 공격이 시작되죠. 이 부분은 정말 리얼했습니다. 저도 선거 당시 제 과거 실수가 단톡방에서 재조명되는 경험을 했거든요. 친구들은 "그냥 장난"이라고 했지만, 그게 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드라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양원대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한 '용감한 시민'으로 언론에 등장하며 단숨에 판세를 뒤집습니다. 이건 분명 극적 장치이긴 하지만, 학생회 선거에서 '이미지 메이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실제로 저희 학교에서도 어떤 후보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을 도와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이미지'에 표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묘사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듭니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세훈이 스쿠터에 치이는 장면까지 나오는데,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학생회 선거를 다루면서 범죄 수준의 방해 공작까지 등장하니,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이나 우정 같은 건 완전히 희석 돼버립니다. 저는 학생회 선거가 치열하긴 했어도, 결국은 '같이 학교를 더 좋게 만들자'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러닝메이트는 그런 부분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오직 '이기기 위한 싸움'만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청춘 성장 드라마로서의 가치, 관계 속에서 찾은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메이트가 의미 있는 이유는, 세훈이라는 인물의 성장을 관계의 변화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내기 때문입니다. 세훈은 처음에 원대 선배를 믿었다가 배신당하고, 상현 형과의 관계에서 소속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의 그늘에 가려집니다. 특히 윤정이라는 똑똑한 동료 후보와 비교되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절감하는 장면은 정말 공감됐습니다. 저도 선거 당시 같은 팀의 연설 잘하는 친구와 계속 비교당하면서,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 걸까' 하는 자괴감을 느꼈거든요.
세훈에게 상현이 준 워치는 단순한 선물이 아닙니다. 그건 '너도 이제 우리 편이야'라는 신호이자, 세훈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욕구의 상징입니다. 드라마는 이런 심리를 아주 정교하게 포착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소속감이 곧 정체성이거든요.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하죠. 세훈이 원대를 배신하고 상현을 선택한 건, 단순히 전략적 판단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다'는 근원적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세훈과 절친 지운의 관계입니다. 지운은 결국 원대 팀의 부회장 후보가 되면서 세훈과 반대편에 서게 되죠. 친구끼리 경쟁 상대가 되는 상황, 이건 정말 힘듭니다. 저도 절친이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걸 알았을 때 배신감을 느꼈거든요. 드라마는 이 미묘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습니다. 세훈이 합창부를 떠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은, 단순히 동아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속했던 공동체와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선거는 결국 관계를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청춘들은 상처받고 성장합니다.
러닝메이트는 학생회 선거라는 소재를 빌려 청춘들의 욕망과 성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입니다. 지나치게 냉소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실제로 학창시절 선거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치열하게만 느껴졌던 그 경험이,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의 축소판을 미리 경험한 값진 시간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학창 시절 선거에 참여해 보신 적 있다면, 이 드라마가 분명 다르게 다가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