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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사 리뷰 (고아인, 강한나, 박차장)

by 드추남 2026. 2. 28.

실력 하나로 임원까지 올라간 고아인과 재벌 3세 강한나가 광고업계에서 벌이는 치열한 생존 게임, 과연 누가 이길까요? JTBC 드라마 '대행사'는 2023년 1월부터 방영되며 광고 대행사라는 낯선 세계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계급과 권력 구조를 날카롭게 파헤쳤습니다. 저는 사회 초년생 시절 '라인' 없이 성과로만 증명하려 애쓰던 기억이 있어서,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고아인의 고립감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대행사 리뷰

고아인, 흙수저 임원의 외로운 전쟁

고아인은 지방대 출신 흙수저지만 광고업계 일인자로 인정받는 임원입니다. 하지만 회사 내 주류 남성들과 갈등을 빚으며 늘 외톨이처럼 일합니다. 그녀는 '라인'도 '백'도 없기에 매 순간 실력으로만 자신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고아인이 광고주들에게 부당한 업무 대행을 거부하는 메일을 보내자, 회사 내부에서는 그녀를 '독단적'이라고 비난합니다. 이 장면을 보며 저는 예전 직장에서 불합리한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팀워크가 없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고아인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갑게 일을 처리하는 '얼음마녀'로 불립니다. 하지만 그 냉정함 뒤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갑옷이 숨어 있습니다. 성공을 트로피가 아닌 방어 수단으로 삼는 그녀의 모습은,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단단해져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보영 배우는 정확한 발음과 차분하지만 독기 어린 눈빛으로 고아인의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캐릭터는 단순히 '능력 있는 여성'을 넘어서, 구조적 차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강한나, 재벌 3세의 예상 밖 매력

강한나는 VC 그룹 회장의 딸로, 겉보기엔 아무 걱정 없는 재벌 3세입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룹 승계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오빠 강한수 부사장과의 경쟁, 할아버지 왕회장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한나는 늘 '나는 쓸모 있는 사람'임을 보여야 합니다. 드라마는 재벌도 결국 생존 게임의 플레이어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한나를 통해 보여줍니다.

손나은 배우가 연기한 강한나는 톡톡 튀는 말투와 화려한 패션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박차장과의 로맨스는 매 회 두근거림을 선사했습니다. 저는 처음엔 한나를 전형적인 '철없는 재벌 딸'로 예상했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그녀가 가진 직관력과 추진력에 놀랐습니다. 맞선 자리에서 상대 남성이 박 차장에게 무례하게 굴자 "어디서 싸가지 없이 제 직원 얼굴에 술을 뿌리고 있어"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한나가 단순히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 아니라 자기 사람을 지키는 리더임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건 한나와 고아인의 관계 변화입니다. 처음엔 서로를 견제하고 이용하려 했지만, 점차 상대의 결핍을 알아보고 연대하게 됩니다. 한나는 고아인의 실력을, 고아인은 한나의 직관을 인정하며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성장하는 모습은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박차장, 흑기사의 선택과 갈등

박영우 차장은 한나의 비서이자 브레인입니다. 복싱 선수 출신으로 엄마가 사준 구두를 신고, 국밥을 좋아하는 소탈한 인물이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전략적 사고가 숨어 있습니다. 한나가 감정적으로 폭발할 때마다 박 차장은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최선의 카드를 제시합니다. 한준우 배우는 차분하면서도 든든한 박 차장의 매력을 잘 살렸습니다.

박 차장과 한나의 로맨스는 신분 차이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갈등합니다. 강한수 부사장은 박 차장에게 현금 3천억과 건물, 회사 지분을 제안하며 한나와 헤어지라고 압박합니다. 하지만 박 차장은 "행복하게 살려고요. 이 돈 받으면 한나 상무님 미래에 염산 뿌리는 꼴인데 행복하겠습니까"라며 거절합니다. 이 장면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박 차장은 돈이 아닌 사람을 선택한 것이고, 그 선택은 한나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왕회장은 박차장과의 관계가 알려지면 한나의 승계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걸 압니다. 박 차장 역시 자신이 한나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합니다. 저는 이 갈등 구조가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라, 계급 사회에서 사랑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선택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차장이 사표를 내고 바나나 우유를 꽂아주며 떠나는 장면은, 그가 한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씁쓸한 결말을 암시합니다.

광고업계 이면과 메시지의 힘

드라마 '대행사'의 가장 큰 강점은 광고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송수환 작가가 실제 광고업계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만큼,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우원그룹 회장 보석 허가 프로젝트는 광고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것을 넘어, 여론을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고아인은 23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남성의 인터뷰 영상을 활용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결국 우원회장의 보석을 성공시킵니다. "기적은 종종 일어나는 나라"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아인이 "광고주가 원하는 걸 해줘야지"라고 말하며 팀원들을 설득하는 장면은, 광고가 결국 '을'의 위치에서 '갑'을 만족시켜야 하는 비즈니스임을 상기시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제가 경험했던 클라이언트와의 줄다리기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클라이언트가 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현실 말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면도 있습니다. 고아인과 한나가 연합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재벌 내부의 암투를 뚫고 나가는 과정은 현실에선 그리 쉽지 않습니다. 실제 광고 대행사에서 임원이 광고주에게 저렇게 당당하게 맞서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드라마는 현실의 90%에 판타지 10%를 섞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구조입니다. 그 판타지가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정도의 카타르시스가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행사'는 단순히 광고업계를 배경으로 한 직장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계급, 성별, 학벌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고아인은 실력으로, 강한나는 직관으로, 박 차장은 충성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며 '성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셨다면, JTBC 홈페이지에서 몰아보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비즈니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이라면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으실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pGEXJODA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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